강남 재건축 서초동 삼풍아파트 임장 & 투자 결정!
지난 글에서 영등포 신길동 소재 아파트 매도 성공 및 강남 반포 구축아파트 매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2024년 12월, 잠실, 잠원, 개포, 서초, 반포는 직접 임장을 다니고 대치, 방배, 흑석까지도 넓게 보면서 어느 곳이 투자가치가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강남 3구 내의 핫한 동네는 거의 다 알아보거나 직접 가본 셈이고, 그 중 당시 토허제 제외 구역은 더욱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토허제 제외 지역이었던 서초, 반포 쪽 강남 신축 대장아파트 위주로 알아보았지만 시세가 너무 높고 매물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우리 부부가 감당 가능한 20억 후반 대 매물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반포 미도 1차 아파트. 천 세대 이상이 단일 평수인 34평이라 재건축 속도도 빠르고, 용적률 낮고 대지지분 높아 사업성 또한 매우 좋았습니다.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부동산앱 시세와는 달리 직접 가보니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이었고 매물도 없었습니다.
'한, 두 달만 빨리 왔어도...'
열번째 이야기.
서초동 삼풍, 우리집 되다! (갭투)
1. 조금 더 천천히 + 멀리 보게 된 계기
두 번의 추천을 통해 들여다 본 삼풍
반포 미도 1차에 관심을 갖고 인근 부동산 중개소 여러 군데에서 매물이 있는지, 언제 나올지에 대해 상담을 했습니다. 여러 부동산에서 '최소 30억 이상'을 얘기했고, 2024년 12월 말 당시 매물은 똑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마지막 한 군데만 더 가서 물어보자' 하고는 오래돼 보이는 미도 인근 중개사무소에 우연히 들어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동네에서 굉장히 오래 부동산을 하셨고, 사장님 아들은 현재 미도아파트에 거주중이고, 딸은 삼풍아파트에 거주중이라고 했습니다.
[ 서초동 삼풍 : 아래 회색 표시 지역 (2024.12. 실거래가) ]
원래는 삼풍이 더 단지가 크고 예로부터 부자 아파트(부촌)인데, 지금은 재건축 속도 때문에 가격 면에서 미도가 조금 앞서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삼풍이다"라고 계속 말씀하시며 삼풍도 재건축 의견을 모으고 있으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투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미도만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삼풍 추천을 받아 당황했지만 본격적으로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알아보다 문득 생각해보니, 신길동 아파트 매도를 함께 했던 중개사장님도 삼풍을 추천해주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신길동 사장님이 젊었을 때 부동산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를 담아 젊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시며 강남아파트 몇 곳을 장단점 정리해서 보내준 자료가 있었는데, 거기에 삼풍이 있었습니다.
삼풍아파트 기본, 재건축, 매물 정보
1988(38년차), 2,390세대, 교대역 도보 5-10분
삼풍을 제안한 부동산 중개소에 매물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드린 후, 바로 삼풍아파트 인근 다른 부동산에 가서 상담을 했습니다. 삼풍을 추천해준 부동산은 미도아파트 인근에 있어, 삼풍아파트 인근으로 가야 매물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삼풍아파트의 명성에 관한 이야기, 재건축 진행사항과 매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앱에 올라오지 않은 정보들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삼풍 50~60평형에는 70-80년대 정치권을 주름잡던 분들이 지금까지도 살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인근 병원과 법원에 다니는 의료계, 법조계 사람들도 많이 산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부촌'이기도 하고, 세대수도 2천 세대 이상이라 재건축을 하고 나면 지역의 대장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평수가 다양하고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서 재건축 속도가 걱정된다고 했더니, 지금은 나이가 드신 분들도 시대의 소명을 받아들여 재건축을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10년 이상은 걸리겠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 같이 상가 문제 등 큰 이슈는 없어서 주민들의 의견만 잘 모아지면 (은마처럼)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우리 계획은 5년 뒤 가장 많이 오를 곳을 고르는 것이었지만, 각종 세금과 복비, 이사 및 수리 비용 등을 생각했을 때 10년 단위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물의 위치와 가격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들었는데, 매물 수도 꽤 있는 편이고 대체로 27.5~28.5억(2024년12월말 기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34평형은 남향인 동이 1, 6, 9동인데, 1동은 초등학교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었고 9동은 조망이 좋으며 주차가 좀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향에 고층이면서 탁 트인 조망과 주차문제가 덜한 동/호가 그렇지 않은 집에 비해 5천~1억 가량 비싸게 나왔습니다. 리모델링(올수리) 여부도 가격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동 저층에 임차부조건이 있는 집은 27억,
2동 저층 서향은 27.5억,
6동 고층 남향은 28억 이상에 내놓았습니다.
공동담보가 들어있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 집은 좀 더 싸게 거래할 수 있었으나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고 싶지 않아 배제했습니다.
2. 꽁꽁 숨겨놓은 보석 같은 매물, 신속한 임장
여러 부동산 중개소 가봐야하는 이유
미도 아파트 부동산중개인과 씨름을 한 기억 때문에 '부동산 한 곳만 가보는 것은 아니다' 싶어 또 다른 부동산에서도 상담을 했습니다. 분명 같은 매물인데 전반적인 가격을 5천~1억 낮게 얘기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미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미끼를 던져 낚으려는 모양새였습니다. 다른 집보다 싸게 불러 일단 방문하게 한 후 나중에 "집 주인과 얘기를 해보니 그 가격에 안 판다네요"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자기 집을 비싸게 팔아줄 중개소와 거래를 하지, 누가 싸게 팔아줄 집과 거래를 하겠나' 싶었습니다.
우리만 아는 매물, 신속한 임장
며칠 뒤 미도 인근 처음 상담했던 부동산 중개소와 또 다른 중개소에서 연락이 와 두 곳을 가보았습니다.
▶ 9동 고층, 남향, 탁 트인 조망, 올수리 → 28억
▶ 2동 고층, 서향, 올수리 → 28억
2동 매물은 다른 여러 부동산에서도 얘기했던 집이었으나 9동 매물은 처음 듣는 집이라 물어보니, 최근 나온 따끈한 매물이기도 하고 다른 부동산에는 아직 올리지 않아 '우리가 처음'인 집이었습니다.
신길동 아파트 매도할 때 다른 중개소에 올리지 않고 우리와 거래한다고 약속하면 중개요율을 낮추거나 얼마 싸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었는데,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9동 임장 ]
실제로 가보니 더욱 '우리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집이었습니다. 수리도 정말 깔끔하게, 감각적으로 잘 되어 있어 '우리가 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부부였고 아이들이 인근 원명초를 나왔는데, 학군이 정말 좋고 조용하게 살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집을 둘러보고 나오자마자 부동산 중개인이 너무 좋은 집이라며, 길게 고민하지 말고 얼른 계약하라고 꼬셨습니다. 원래 가격 제안이 안된다고 했으나, 우리도 매도할 때 천 깎아서 팔았으니 우리도 깎자고 했습니다.
저는 '5천 후려치자' 남편은 '깎지 말자' 의견이 갈렸고, 중개인 분이 '그렇다면 2천 깎아 달라고 해보자' 하시더니 곧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집 주인분들이 흔쾌히 OK해서 27억 8천이 됐습니다. 좀 더 깎아도 콜 했을텐데, 너무 깎으면 안판다고 할까봐 남편이 순간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 2동 임장 ]
매물이 고층에 위치하긴 했지만 동 전체가 서향인 집이었습니다. 확실히 남향보다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수리가 다 되어있었고, 전에 본 9동 집과는 달리 짐이 많이 없어서 훨씬 넓어 보였습니다. 역시 고등학생 자녀가 있었는데 인테리어 분위기는 확 달랐습니다. 9동 집은 '세련', 2동 집은 '중후' 쪽이었습니다.
앞서 몇 천을 쉽게 깎아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이번에는 5천을 깎아달라고 제안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 기준에는 서향 집이니 남향 집 가격인 27억 8천보다는 저렴한 '27억 5천' 정도여야 견줄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27억 5천에는 팔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3. 그날 바로 매매 결정! 드디어 투자 성공!
두 집을 보고 집으로 오면서 약간 떨렸습니다. 왠지 두 집 중에 한 곳이 우리집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9동 집을 보여준 부동산 중개소가 신속하게 집을 보여주고 금액도 맞춰주어 그 속도감에 약간 홀린 상태였습니다. 부동산 중개소 분들 3명과 다녔는데, 집이 너무 좋고 가격도 정말 좋다며 '서둘러 결정해 계약금까지 쏘면 좋겠다'고 설득했습니다.
차 타고 오면서 달콤하고 강력한 설득에 마음이 움직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9동 이 집이 투자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임장을 다닌 잠실, 잠원, 개포, 서초, 반포 지역 여러 아파트와 부동산앱으로 알아본 대치, 방배, 흑석 등 여러 곳들을 생각해보며 이 곳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빠르게 복기해 보기도 했습니다.
입지, 가격, 위치, 명성 등 여러 면을 고려해도 이 집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동 집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2동 집을 보여주었던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7억 5천에는 팔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의 정리가 금방 됐습니다. 사실 27억 5천에 팔았다고 해도 남향 프리미엄은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기에 3천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9동 집을 사겠다고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원래 계약금을 3천만 원 정도 보내는 게 일반적인데, 집주인이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하려면 5천 정도를 보내라고 조언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계약하겠다고 연락하며 송금을 해도 되는데, 남편이 결심을 한 김에 "지금 당장" 연락하자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오늘' 그 집을 보게 돼 사겠다고 할까봐 염려된다고 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많이 떨렸습니다. 남편이 그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지금까지 일군 전 재산과 알아보느라 몸과 마음이 고생했던 모든 것들이 달려있는 중대한 결정이라, 손을 저절로 맞잡게 됐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5천만 원 계약금을 보내며 결국 2024년 12월 28일 서초동 삼풍아파트 투자에 성공했습니다!
4. 결론 및 예고편
이렇게 서초동 삼풍아파트를 알게 되고, 알아보고, 투자 결정한 과정까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큰 투자를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우리 부부 둘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결혼하며 매매한 신길동 아파트는 시부모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우리 부부는 돈만 냈지, 사실 한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고민하고, 물어보고, 발품팔며 알아본 첫 경험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말에는 강남구 일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외 지역'이었고, 운 좋게 갭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강남 3구 전 지역이 토허제로 묶여 있으나 정책은 계속 변하기에 또 언제 기회가 생길지 모릅니다.
갭투자가 묶인 2025년 3월 24일 이후에도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삼풍아파트 투자를 결정한 여러 가지 이유와 계약 과정에서의 일, 토허제 전후 가격 변화 등 후일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